서울=뉴시스]장시복 기자 = "빠르면 이번주에 또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어요. 백 하나 사면 수 십 만원을 버는데, 비 맞는 건 일도 아니죠."
23일 오전 7시50분. 올해 첫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관 입구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100m 정도 길게 줄을 섰다.
오전 10시 30분 샤넬 부띠크가 문을 열기 전에 미리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오프런' 행렬이다. 아예 캠핑용 소형 의자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리를 펴고 누워있는 사람까지 눈에 띄었다.
샤넬이 마련한 입구 안내문에는 '대기 시 취식과 텐트·침낭 등의 캠핑용품은 사용불가'라는 공지가 붙었을 정도다.
줄을 선 고객 중에는 의외로 20~30대 젊은 남성들이 많았다. 평범한 중년 남성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웃돈을 주고 되파려는 리셀 업자나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 비중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날 샤넬 매장 앞에서 만난 한 구매 예정자는 "조만간 샤넬 대표 상품인 '클래식 플랩 백'(미디엄·1180만원)이 10% 오른다는 얘기가 도는데, 이게 맞다면 백 하나에 1300만원을 하는 것"이라며 "국산 경차 한대 값이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자주 올린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에 또 구매에 나서는 게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